최근에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 이라는 책을 읽었다.
이방인의 주인공 메르소 라는 남자의 이야기인데,
읽으면서 내가 메르소가 된 것처럼 느껴진다는 것과, 그가 느끼는 감정을 상상하면서 생생하게 느낄 수 있어서 재밌게 읽었다.
이 책은 대략 세가지 정도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지는데,
첫번째는 어머니의 죽음. 두번째는 다른 이의 죽음. 세번째는 자신의 죽음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점만 간략히 정리해보려고 한다.
첫번째 에피소드에서 주인공은 요양원에 계신 어머니의 죽음을 듣고, 장례식에 찾아가기 전에 사장에게 어머니의 죽음으로 일을 쉬어야 함을 말해야하는 상황에 대해서 고민하기도 하고(자신의 잘못이 아님을 인정받아야 한다는 듯이) 또 슬퍼하지도 않는다.
또 어머니가 누워있는 관을 보지도 않고, 장례식장에서도 울지 않는다. 그저 땡볕에 힘들어 할 뿐이다.
이 놈 싸이코패스인가? 어떻게 어머니가 돌아가셨는데 울지 않지?
이렇게 생각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얼마 지나지않아 나도 친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부고를 받았다.
친할머니는 어릴 때 이후로 뵌 적이 거의 없었고, 교류도 없었지만 온 친척이 모이고, 올 수 있으면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장례식장은 서울에서 운전해서 1시간 30분정도 거리였고, 가면서도 슬픈 생각은 들지 않았다.
나도 싸이코패스인가? 하고 생각하긴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난 싸이코패스는 아니다.
친할머니지만 거의 20년 간 교류가 없었기 때문이다. 얼굴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저 친할머니라는 것 만 알 뿐이다.
장례식장에 도착하니 오랜만에 보는 사촌들, 어르신들 모두가 계셨다.
장례식장에서 빌린 옷으로 갈아입고, 인사를 드리고 사촌들과 오랜만에 얘기도 하고 서로의 근황도 물었다.
주인공도 어머니와 교류가 없었다면 그럴 수 있었겠다 라고 느껴졌다. 모르겠다.
두번째 에피소드에서 주인공은 다른 이를 총으로 죽인다.
책에서 제일 이해가 되지 않았던 부분이다. 왜 총을 쏜건지 이해가 되지 않아서 이 부분을 여러 번 읽었는 데도 아직 이해가 되지않는다.
뜨거운 햇빛에 취해서 쏘았다는 느낌만 들 뿐이다.
미친놈인가?
한 번만 쏜 것도 아니고 여러 발을 죽을 때까지 쏜다.
미친놈이다.
세번째 에피소드에서는 주인공이 이 때문에 재판을 받는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주인공은 자신의 죄가 얼마나 큰 지, 어떤 형벌을 받을지 잘 모르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또 자신을 재판하고, 심판하는 사람들을 분석하는 모습을 보인다.
싸패라면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할텐데 주인공 메르소는 정말 순수하게 생각한다.
싸패는 아닌 것 같다. 그냥 "정말 단순한 남자다" 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그리고 사형을 선고 받으면서 갇혀 있는 시간에 괴로워하기도 하고, 점점 사형이 다가오면서 무서워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 부분을 읽을 땐 나도 꽤 공감 됐다.
군대 있을 때 느껴서 그런가?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 지 모를 때 그 답답함이 느껴졌다.
예를 들면 근무 선지 1분이 지났다던가..당직근무로 밤을 새야되는데 1시 3분밖에 안됐다던가..
이 책은 나를 "나라면 사형을 선고당했을 때 어떻게 할까? 어떻게 어떻게 해서 도망치면 살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계속 하게 만들었고,
죽음에 대해서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들어주는 책이었다.
작년쯤 나와 15년을 같이 살아왔던 강아지가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
내가 본가에서 나와 자취하고 있었고, 가족들도 강아지가 떠나고 나서 며칠 후에야 나에게 알렸다.
마지막을 같이 해주지 못한 것도 너무 미안하고 너무 슬퍼서 혼자 많이 울었다.
슬픔을 말 할 사람도 없었기에 혼자서 많이 울었는데, 지금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지만
처음 들었을 때 처럼 힘들지 않고 눈물도 참을 수 있다.
내 죽음, 내 친구의 죽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부모님의 죽음.
생각하긴 싫지만 언젠간 있을 일이다.
그 때 또 슬플 것이다.
하지만 결국 시간이 지나면 슬픔을 이겨낼 수 있고, 좋았던 기억만 생각하면서 살아가면 된다는 것을 배웠다.
그러니까
결론은 있을 때 잘하고, 사진도 많이 찍고,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어가면서 살아가자는 거다.